미니멀리즘이 대세로 접어든지 오래된듯한데, 내가 가진 물건의 가짓수는 왜 이렇게 많은지. 심지어 한 가지류의 제품이 30개가 넘게 자리를 차지하기도 해서 제품을 구입할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걸지 소비심리가 궁금해진다. 과거의 나는 소비를 할때 충동구매, 스트레스해소용 구매, 하늘아래 같은 색조없다는 온라인의 유행을 곧이 곧대로 믿은 구매를 하면서 주체적인 소비를 하지 못했던건 아닐까.
특히나 화장품은 토너가 몇개, 립밤이 몇개, 정리정돈을 하지 않아서, 급하게 나가서 등 구입하게 된 이유는 무궁무진하게도 많다. 갑자기 다가온 계절을 못느꼈다는 것은 정말 되지도 않을 핑계인데, 그래서 산 립밤도 몇개나 되더라.
하나씩 있는 물건부터 해치우자는 마음가짐으로, 있는 물건의 바닥을 본 후에 새로운 물건의 구입을 결정하겠다는 포부는 미니멀리즘의 유행 때문이라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물건의 공간 차지 때문에 내가 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진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랑, 새 물건을 사는 기쁨을 이제는 더 이상 느끼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시작되었다. 물론 경제적 고민도 한몫했지만.
물건의 사용 기한 종료를 알리는 유통기한, 그리고 물건의 사망선고를 알리는 바닥보기. 두 가지 쟁점에서 물건을 소비하기 사작했는데, 최근 바닥을 다 보게 쓴 제품은 립틴트 1개와 페이스 앰플 1개. 이 외에도 가지고 있는 물건을 보관하려면 박스가 몇개나 필요한 걸로 봐선, 가히 내가 가진 제품들은 팔 수 있을 만큼 충분한듯 하다.
미니멀리즘의 시작, 버리기도 좋지만, 내가 가진 물건의 바닥보기 부터.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거나 나눔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내가 분명 그 물건을 샀을 땐, 물건의 바닥을 보고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가짐은 없었을까 생각해본다. 물건의 구입부터 버리기까지, 처음과 끝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로 물건을 산다면, 좀 더 의미있는 소비를 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소비에는 실패가 동반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인줄, 나에게 잘 맞는 물건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로거나,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거나,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경우, 당연히 그 물건은 나를 떠나 다른 사람을 찾거나, 혹은 불량일 경우, 폐기되는 것이 맞다. 그럴 경우에까지 꽁꽁 싸매고 의무를 다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좀 더 의미있게, 진정한 비우기를 하자는 얘기. 물건이 나에게 준 기쁨을 최선을 다해 만끽하고, 물건과 안녕하자. 그 물건이 만들어기 위한 노력들이 의미있도록.